[한국일보] "작심삼일일지라도... 일단 저지르고 보자"2016.01.04. 한해 목표 달성한 3인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비결' 새해 첫 주가 시작되면 신년 소망과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는 사람들로 분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표는 멀어 보이고 원대해 보이다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 우리사회에서 태반인 열에 일곱이 이처럼 신년 다짐을 이내 잊고 만다. 그럼에도 한 해의 무거운 숙제를 잘 지켜낸 이들은 많다. 무인도 체류, 연극배우와 치즈 장인 도전 등 조금 색다른 성공을 거둔 3인에게서 신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비결을 들어봤다.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 없이 무언가를 이뤄내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3인은 비록 과정이 달랐지만 “이것 저것 재지 말고 지금 당장 밀어붙여라”는 주문은 동일했다. ... 일단 시작해라. ‘귀인’은 언제나 있다.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윤승철(27ㆍ사진)씨는 극한 분야에선 꽤 유명한 인사다. 2012년 고비, 사하라, 아타카마, 남극 등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이뤄 화제가 됐고 탐험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소설도 썼다. 그에게 지난해는 새로운 도전의 시기였다. 온전히 100% 혼자 있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삶과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인 무인도 정복에 나선 것이다.자발적 ‘로빈슨 크루소’ 되기는 만만치 않았다. 2013년 서해의 한 선장에게 부탁해 무작정 한 섬에서 지내봤지만 사유지라 쫓겨나 실패한 경험도 있었다. 윤씨는 일단 인터넷에서 세계 위성 지도를 띄운 뒤 마음에 드는 섬이 있으면 최대한 확대해 주변 환경을 살폈다. 그 중 눈에 들어온 곳이 필리핀의 팔라완. 그렇게 윤씨는 지난해 2월 동생과 함께 맥가이버 칼과 낚시 바늘만 달랑 들고 무작정 팔라완으로 떠났다.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도,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다행히 마을 주민들은 무인도로 가는 배편과 날씨, 비상시 대처 상황 등을 알려주고 윤씨의 신변을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안전 신호를 주고 받겠다는 약속을 해줬다.꿈만 같던 3주 간의 무인도 생활은 모험 그 자체였다. 첫 주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코코넛 열매에 의존했지만, 둘째 주부터 사냥 요령이 생겼다. 3주 차에는 물고기를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막대기의 마찰열로 불도 능숙하게 피웠다. 윤씨는 “하루 중 불 피운 일이 가장 자랑스러울 만큼 원시생활 그 자체였지만, 아무 간섭 없이 온전히 내 몸과 생각을 자유롭게 쓴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말했다.그가 무인도에 다녀온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대학 신입생부터 50대 남성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인도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윤씨는 무인도 원정대를 만들자는 두 번째 목표를 세웠다. ‘이카루스’라는 이름의 이 원정대는 지난해 10~15명씩 그룹을 이뤄 네 기수가 무인도를 다녀왔고, 올해도 3월까지 무인도 탐험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다. 윤씨는 “처음에는 황당한 목표라고 생각했으나 일단 저지르고 보니 생각지 못한 주변 도움도 생겨나 조금씩 목표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