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잡앤조이] 무인도 여행가 윤승철 작가 “도전이 어렵다고? 일단 시작해봐!” 17.03.28 며칠씩 극한 환경의 사하라 사막, 남극 등을 달리는 ‘극지마라톤’. 윤승철(29) 작가는 만 22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전 세계 무인도를 돌며 또 다른 극한 여행을 즐기는 중이라는데…. ‘무모한 도전’의 아이콘으로 젊음의 특권을 즐기고 있다는 윤승철 작가를 만났다. 평범한 대학생, 세계 최연소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다평발에 하지정맥류까지, 마라토너로서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던 윤 작가가 극지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과제 때문이었다. “대학생이 된 후 받았던 첫 과제가 ‘소설을 쓰는 것’이었어요. 신체 특성상 뛰거나 오래 걷는 것을 못했기 때문에 ‘소설 주인공만큼은 잘 달리는 인물로 그려보자’고 생각했죠. 관련된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누군가 사막을 달리는 것을 보게 됐어요.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나도 언젠간 사막을 달려보겠다’는 목표를 잡게 됐죠. 이후 재활치료도 하고 군대에서도 꾸준히 연습하며 극지마라톤을 준비했어요.”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고비사막 마라톤’, ‘칠레 아타카마 마라톤’, ‘남극 마라톤’ 등의 세계 4대 극지마라톤은 식량, 침낭, 의복을 짊어지고 6박 7일 동안 약 250km를 달려야하는 힘겨운 경기다. 윤 작가는 극지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매일 10km씩 걷고 달리는 연습을 했고,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자 마라톤 참가를 위해 휴학을 신청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사막마라톤 대회 참가비였다. 세계 4대 극지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면 총 4천여만 원의 경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된 것이다. 급한 대로 보증금 1천만 원짜리 자취방을 부모님 몰래 내놓았지만 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때 우연히 신문에서 본 기사가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기사에는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우리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대표적인 키워드로 꼽힌 것은 ‘도전’, ‘열정’, ‘청춘’, ‘패기’, ‘실패’, ‘끈기’ 등이었다. 윤 작가는 마라톤에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기업에서 날 후원해주지 않을까’라는 대책없는 긍정 마인드로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내용이 많으면 좋은 줄 알고 제안서를 20페이지 이상 작성했어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 읽고 싶지도 않은 방대한 양의 제안서를 만들었으니, 결과는 뻔했죠. 제안서를 보낸 30여개의 기업이 모두 거절했습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힘이 됐어요. 제안서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에 분량을 5페이지로 줄이고 100여 곳의 기업에 더 연락을 했죠. 결국에는 참가비와 경비, 항공료, 장비 일체를 후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달렸고, 세계 최연소 기록으로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래머를 달성할 수 있었죠.” 무인도로 떠나자, 아무도 없는 그곳으로! 극지마라톤을 경험하며 세계 곳곳을 돌아본 윤 작가는 ‘여행’의 매력에 빠지게 됐고, 여행 작가라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의 아이콘’ 답게 평범한 여행지는 거부했다. 그가 떠나려는 곳은 자신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는 무인도였다. “어느 날 동생과 부르마블 게임을 하는데 ‘무인도’라는 룰이 있더라고요. 주사위를 던져 자신의 말이 도착한 곳이 ‘무인도’ 칸이면 3번을 쉬어야 했죠. 처음에는 무인도에 걸리는 게 싫었는데,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마음 편하고 여유롭더라고요. ‘현실에도 이렇게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무인도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윤 작가는 그때부터 국내와 해외 곳곳의 무인도를 찾아 떠났다. 지금까지 다녀온 무인도만 스무곳이 넘을 정도다. 무인도 여행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현재 ‘무인도섬테마연구소’ 소장으로도 근무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인도는 필리핀 팔라완 근처의 작은 섬이었어요. 3주 정도 그곳에 머물며 집도 짓고, 낚시도 하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었죠. 날씨도 정말 좋아서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가장 아쉬웠던 곳은 뉴칼레도니아 섬 인근의 무인도예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도 나왔던 곳이라길래 기대하고 갔는데 날씨가 흐리고 파도가 세서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었죠.” 무인도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는 ‘코코넛 크랩’을 꼽았다. 코코넛을 먹고 자라 ‘코코넛 크랩’이라고 이름이 붙은 게인데, 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발견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윤 작가는 “어렵게 잡은 코코넛 크랩을 요리해서 먹는 순간 ‘무인도에 오게 된 이유’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여행가들 사이에서는 미지의 섬 무인도로 떠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윤 작가는 무인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해줬다. “도전을 너무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문과생이 뇌 과학책을 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부담없이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요. 저는 무인도로 떠나기 전에 인터넷 검색밖에 한 게 없어요. 하지만 책상에 앉아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무인도로 떠나고 봤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원문보기박해나 기자 / 이사야 대학생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