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라인] 무인도에가면 (17년 7월호) 중학생 때 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치고 뛰는 건 물론 걷는 것도 어려웠던 그는 우연히 사막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20대 초반에 4대 극지 마라톤(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세계 최연소로 완주했고 <달리는 청춘의 시>를 펴냈다. 이후 자신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막과 공통점을 지닌 무인도에 빠져들었다. 필리핀 팔라완 인근 무인도에서 3주 가량 머무르며 찍은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놀라웠다. 이후 참가자를 모집해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를 꾸리기 시작했고 18기째 이어오고 이후에도 국내외 무인도들을 다니고 있다. 지난해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을 펴냈다. 자발적 고립을 통한 완전한 고독 사람이 없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완전한 자발적 고독. 그런 의미에서 사막과 무인도는 닮았다. 왜 이렇게 떠나는지 거슬러 떠올려 본다면 그것은 나에 대한 집중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에도 때때로 밀려오는 허망함과 고독의 원인을 찾고 싶었다. 나의 본질을 잃고 먼지처럼 사람들 속에 떠다니는 느낌을 받다 도착한 곳이 무인도였다. 벌거벗은 나와 바다 위 점처럼 떠있는 우주 같은 무인도. 그곳은 나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신념, 삶의 방향에 대해 답을 내려주진 않지만 적어도 고민하게 해주는 곳이었고 나는 그 시간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무인도를 가곤 한다. 목이 말라 코코넛을 구하기 위해 나무에 올랐던 일들이나 불을 피우고 불씨를 지키는 노하우, 물을 구하는 법도 무인도에서의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나를 잃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무인도를 찾는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나는 어느 대양의 어느 지점에 떠 있는 것일까, 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시간을 주는 곳. 그래서 무인도에 가는 것은 스스로에게 주는 유일한 사치이다. 무인도 생존 팁 한 사람이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외로운 것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혼자 있고 싶어 무인도에 가는 내게도 문득문득 찾아오는 외로움과 적막이 버거울 때가 있다. 때문에 가장 말하고 싶은 무인도 생존 팁은 불을 피우고 물을 만드는 팁을 기대했던 분들에겐 아쉬운 소식이지만 평소 나만의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래도록 혼자여도 두고두고 곱씹을 추억과 재밌는 경험들,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일.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이해하기 힘든 다른 시집이나 다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두고 심오한 예술 영화를 보는 일. 무인도에서의 생존 팁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이런 일들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익숙해져 무인도에선 고독해서 죽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