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무인도에 가는 이유 (17.07.05) 글.윤승철 / 작가, 무인도섬테마연구소 대표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과 약간의 적막과 고요. 나를 그 어느 곳에서보다 잘 돌이켜볼 수 있는 곳이 이곳, 무인도란 생각이 들어 혼자 무인도를 다니고 무인도 탐험대를 운영한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지금은 익숙해진 무인도 생활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울 수 없는 무인도에서의 이야기들이 있으니 바로 무인도에서 처음 한 일과 나무로 불을 피웠던 것, 코코넛 나무에 처음 올라갔던 기억들이다. 무인도에 떨어지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하나 해변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다 타고 들어왔던 배를 타고 섬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래야 섬의 어디에 나무가 많고 야자수가 있으며 바위가 있어 고동 같은 먹을 것들을 구할 수 있는지, 또 어디에 동굴이 있고 수심이 낮은지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당장 그때엔 해결책이 보이지 않지만 한숨 자고 오면 쉽게 문제가 풀리는 때. 잠시 한 발짝 밖에서 넓은 시각으로 문제를 봤을 때 우리는 그것이 의외로 큰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불을 피우기 위해 바싹 마른 대나무를 구해 홈을 파고 서로 수직으로 교차한 문지른지 7시간이 지났다. 손은 이미 손목부터 힘이 풀려 나뭇가지 하나를 온전히 잡지 못하고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약간씩 피어오르는 연기와 불꽃. 조금 문지르면 타는 냄새가 나고, 힘이 풀려 놓으려 하면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고, 진짜 더 못하겠다 싶으면 불씨가 보였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렇게 보이는 약간의 희망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닐까. 무인도에서도, 한국에서도. 무인도가 처음이었던 나는 3주간 마실 물을 충분히 가져가지 못했다. 목이 말라 코코넛을 따야겠다 생각하고 처음 야자수에 올랐을 때에는 무서워서 반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몇 시간 뒤 더 목이 말랐을 때엔 야자수의 3분의 2지점까지. 시간이 흘러 이젠 목이 말라 죽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을 때 새벽에 나무에 올라가니 그때는 끝까지 나무에 올라가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정작 나무 끝에 올라가서야 내려오는 것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인도에서 오히려 한 발짝 밖에서 바라보는 시야나 희망이나 간절함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늘 그곳엔 또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다는 사실. 내가 무인도에서 배운 것들이자 무인도에 가는 이유다.